[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글로벌 기업 'R&D 거점' 한국으로 몰리는 까닭

입력 2023-07-30 17:33   수정 2023-07-31 09:39

큰손들이 한국으로 몰려온다. 올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 신고액은 총 170억9000만달러(약 21조8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2차전지를 포함한 전기·전자는 전년 대비 665%, 화학공학은 464.1%로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늘어났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로 불가피해진 공급망 재편은 중국과 홍콩에서 감소한 투자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R&D)센터’ 거점을 한국에 두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GM은 글로벌 R&D 연구소를 한국에 세웠다.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한국산 쉐보레는 물론 뷰익·캐딜락 등 전 브랜드와 전기차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미국 보잉은 2019년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보잉 한국기술연구소를 열었다. 세계 양극재 1위 기업인 벨기에 유미코아는 2022년 천안에 배터리 소재 R&D센터를 구축했다. 4년 동안 260명 이상의 국내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회사도 한국에 연구소를 비롯한 생산시설을 잇달아 세우고 있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업체 ASML은 동탄에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도체 시설을 짓기로 했다. 세계 매출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AMAT는 해외에 짓는 첫 번째 연구소를 경기도에 마련하기로 했다. 또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해 4월 용인에 R&D 시설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를 열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은 기존 경기 동탄·발안 연구기지를 확대하기 위해 1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원자층 증착(ALD)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은 올 5월 화성시에서 ‘제2제조연구혁신센터’ 기공식을 열었고, 미국 반도체 장비사 KLA도 지난 3월 말 용인에 트레이닝센터를 세웠다. 중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의 한 화학기업은 아·태 본부의 한국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왜 한국으로 오는 것일까?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유럽 첨단기업 여섯 곳이 총 9억4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정상 세일즈 외교도 한몫했으나, 기업들이 한국을 탐내는 이유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최대 고객과의 협력이 수월하다는 강점,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뛰어난 인재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박사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이 지닌 근면성, 민주주의 국가로서 외국인이 살기 좋은 안전한 환경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이 글로벌 R&D 밸류체인의 거점이 될 수 있다면 어려운 경제 여건을 타개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R&D 허브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외국인 우수 연구자와 투자자에게 ‘그린비자’를 발급해 5년 이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투자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도 대폭 줄여야 한다.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금융에 스위스가 있고, 스마트 제조에 독일이 있듯이, ‘연구중심지’는 한국으로 통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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